본문 바로가기

빠숑뷰티

MOLTON BROWN LONDON : 몰튼 브라운 밀크 머스크 바디로션

설 전 날인 오늘, 뜬금없이 12월에 선물 받은 바디로션을 소개하려고 한다.

집안에 선물 들어온 거 까 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몰튼 브라운 후기를 올리기 위함이랄까.

 

따뜻한 밤색 쇼핑백에 몰튼 브라운 런던이라고 번쩍이는 글씨가 박혀 있으니 왠지 딱 선물용으로 살만한 것이겠구나 하고 적당히 좋아하긴 했다. (내가 가장 받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자세히 보면 굉장히 복잡한 문양과 함께

BY APPOINTMENT TO HER MAJESTY THE QUEEN

SUPPLIER OF TOILETRIES MOLTON BROWN LONDON.

이라고 적혀 있다. 오 여왕님이 인증한 퀄리티.

촤르르륵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샷

뜯어보면 순백의 작고 어여쁜 병이 나옴.

 

영국 런던에서 온 밀크 머스크 바디 로션임을 끊임없이 자랑하는 제품 글귀. 

괜히 깔끔하고 부드러운 통 모양새가 예뻐 보였음.

사대주의 같다.

 

뜯어보니 선물 교환 카드도 있었다.

 

왜 신라호텔에 가서 로션을 사나 했는데 일단 몰튼 브라운 매장이라고 해봤자 우리나라에선 서울 신라호텔에만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구하거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살 수 있다. SSG가 들여온 건가? 잘 모르겠지만 신라호텔 어메니티로도 쓰이고 왠지 얘네가 주도권을 잡고 파는 것 같았다. 

홈페이지에 찾아보면 머스크 향 바디로션은 품절이다. 역시 겨울이라 그런가, 내가 머스크 향에 크게 관심 없는 것과는 별개로 묵직하고 포근하니 겨울에 어울리는 향이라 잘 팔리는 것 같다.

 

 

 

 

보통 300ml에 45,000원이고 듀오 세트 구성도 있고 디스커버리 컬렉션도 있다. 

홈페이지 보면 바디 용품 말고도 헤어, 향수, 핸드 제품 등 다양한데 구경하다 보니 시간 후딱 갔다.

향수는 당연 향으로 승부하는 거지만 군더더기 없고 무게 있어 보이는 디자인이 넘 맘에 든다. 

 

 

사실, 머스크 향을 특별히 사랑하지는 않아서 처음엔 이거 과연 내가 쓰기 적당하려나 싶었음.

그런데 한 달 동안 써본 결과 아주 적당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심지어 한 번에 펌프 되는 양이 딱 손에 바르기 좋은 정도라 핸드크림으로도 너무 괜찮다.

일단 첫 느낌은 흡수가 빨라서 좋았다. 내가 그만큼 건조했을 수도 있지만 겨울에도 촉촉한 인간 얼마나 있나?

팔다리에 바르고 잠옷을 입으면 침대 속에서 포근한 냄새가 난다ㅠㅠ 이게 진짜 감격임.

왜 사람들이 향기에 미쳐서 침실 스프레이를 사고 디퓨저를 놓고 향초를 켜는지 알 수 있음.

내 움직임마다 향기가 함께 한다. (시적이네) 

어릴 땐 머스크 향이 뭐랄까 부담스럽고 너무 어른들의 향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른이 된지도 한참 됐기 때문인지; 이젠 좋은 것도 같다 괜히. 그렇지만 겨울 한정이긴 함.

 

적당히 되직한 제형인데 잘 발리고 흡수력이 좋다.

겉돌거나 꾸덕꾸덕 기름진 느낌이 없다. 먼지 같은 거 안 달라 불음.

혹시 빨리 흡수되고 그만큼 빨리 날아가려나 했는데 다시 건조해지지 않고 각질도 안 일어나고 향 지속력도 엄청 오래간다. 좋은 피부 냄새처럼 은은하게 배고 게다가 내 예민한 피부가 진정하여 간지럽지 않았다. 

난 샴푸든 로션이든 '퍼퓸' 콘셉트를 내세워 향을 강조한 제품을 사지 않는다. 믿음이 별로 안 가기도 하고 본래의 역할이나 잘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향이 필요하면 향수를 뿌리면 되니까.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향과 기능 모두 잘하는 제품들이 많아서 참 좋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태도가 너무 바뀌는 것 같아서 스스로도 좀 웃기네.

 

나의 총평: 원숭이 꽃신이다.

『어느 날, 원숭이는 오소리에게서 예쁜 꽃신을 선물로 받았어요.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꽃신이었어요. 꽃신을 신으니 돌부리를 차도 발이 아프지 않고, 자갈밭에서 뛰어도 편하지 뭐예요! 원숭이는 신이 났어요.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원숭이는 이제 꽃신을 신지 않으면 발이 아파 걸을 수가 없는데, 꽃신을 만들 줄 모른대요. 할 수 없이 오소리에게 잣을 주고 신을 사게 된 원숭이! 편한 것에 길들여져 마침내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어리석은 원숭이는 결국 꽃신 때문에 오소리의 종이 되고 만답니다.』

 

어느 날 좋은 바디로션을 선물 받은 나는 이제 이런 바디로션을 안 바르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거짘ㅋㅋㅋㅋㅋㅋ

편한 것에 길들여져 내 삶을 잃어버린 정도는 아니지만 대충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죠?

 

핸드크림이 아니라 바디로션이기 때문에 용량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는데

이게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머스크 향인걸 생각해 보면 봄에는 다른 걸 쓰고 싶을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 용량이 적당한 것 같다!

흔하게 다들 좋아하는 브랜드와 비교하면 용량 대비 가격이 간춘 한 편이다.

이솝 500ml 바디 밤이 12만 원 (300ml 7.2만 원으로 계산하자)

록시땅 300ml 바디 로션이 3.9만 원

요즘 많이 사랑받는 감성 화장품 논픽션의 300ml 바디로션이 3.6만 원임을 비교해 볼 때

이솝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두 브랜드보다는 살짝 더 가격이 나간다.

애매하게 저렴하지 않아서 받는 사람의 기분까지 챙겨 줄 수 있을 가격으로 보인다. 이런 게 선물의 묘미지.

 

사실 난 건성 바디 인간이라 겨울엔 샤워 후 오일을 쓰지만 역시 꽃신은 예쁘다 ^~^ 다음엔 사봉을 기대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