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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돌이라이프

11월의 도서 리-뷰: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2022년에 작년 11월 도서 리뷰를 쓰는 사람이 있다?!
네.. 접니다.. 10월에 요리코를 위해 리뷰를 쓰고 도서 리뷰는 감감무소식이었는데,, 그동안 책을 안 읽었던 건 아니고 직장에서 시달리느라 또 직장에서 시달린 서터레스 풀고 다니느라 이래저래 바빴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오늘은 리안 모리아티의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에 대해 리뷰해보고자 함.
사실 좀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도 약간 가물가물하고 잡소리가 길 수도 있는데 책 총평만 궁금하신 분들은 그냥 맨 밑에 내려가서 별점만 보셔도 됩니다 

이 책도 다 읽고 난 후에 팔아버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매우 조심조심 읽었지만,, 책이 워낙 두꺼워서인지 얌전히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책 모서리 부분 구깃구깃 해진 것 보면 얘도 비싼 값에 팔기는 글렀음ㅠㅠ

책의 저자는 호주의 66년생 여성 작가 리안 모리아티로, 드라마화된 <빅 리틀 라이즈>(책 원재는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로 제일 잘 알려진 작가다. 난 빅 리틀 라이즈는 드라마로만 보고 이 분의 책은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처음이었음. 근데 두 이야기를 생각해보니(빅 리틀 라이즈는 드라마로만 보긴 했지만) 이 작가분이 어떠한 이야기를 좋아하시고(?) 잘 쓰시는지 알 것 같다ㅋㅋㅋ

작가 소개에 감각적인 문체, 짜임새 있는 구성, 매력적인 스토리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작가라고 되어있는데, 처음엔 과장된 소개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느 정도 동의가 되는 말이긴 하다. 문체가 감각적이긴 하고 구성이 짜임새 있으며 스토리가 매력적인 편이다. 이 책을 읽고 감명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솔직히 600쪽에 달하는 긴 책을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잘 읽긴 했다.

이 소설은, 9명의 서로 다른 인물들이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기억해야 하는 인물이 한둘이 아니라 좀 헷갈릴 수도 있는데, 초반에 인물들 이름을 잘 외워두고 고비만 좀 넘기면 별로 힘들지 않다. 작가가 각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겹치지 않게 잘 배치해두었고, 각각의 캐릭터를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매우 친절하게 되새겨주고 설명해주는 편이라서 어렵지 않았음. 여러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이 작가의 역량인 것 같은데, 이런 점에서 리안 모리아티는 확실히 글솜씨가 있는 장르 소설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위 사진과 같이 캐릭터 이름이 볼드체로 나오고 아래에 해당 캐릭터의 시점으로 짧게는 몇 단락 길게는 nn장이 이어진다. 이게 자칫 잘못하면 중구난방에다가 어지럽기만 할 수도 있는데, 별로 그런 느낌 없이 깔끔하고 재밌기만 했다. 위에 말했듯 작가가 이런 완급조절이 잘 되는 편인 것 같음.

다만 이게 나 같은 경우는 호감인 캐릭터 있고, 비호감인 캐릭터 있어서ㅋㅋㅋㅋㅋ 별로인 캐릭터 시점은 좀 덜 흥미롭고 더 지루하게 읽히긴 했음. 근데 전체적으로 다 잘 읽히는 편이긴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재밌긴 하나... 사실 아주 대박 정말 재밌다! 이렇진 않았음.. 그냥 평 잼 정도?
그리고 그 이유는 캐릭터들이,, 캐릭터들의 정서가 매우 서구적이기 때문인 것 같음. 내 개인적인 느낌이긴 한데, 캐릭터들이나(특히 주인공 여자 캐릭터) 전체적인 이야기나 모두 서구권 여성이 좋아하고 쓸법한 내용으로 느껴졌음. 개연성이 막 부족하진 않은데.. (애초에 개연성이 엄청 중요한 이야기도 아님) 그 개연성을 이루는 이야기의 베이스가 논리적이지 않다기보단, 별로 나에게 감정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음. 이건 리안 모리아티가 잘못했다기보다는 그냥 그녀와 나의 문화적 차이 때문인 것 같다. 그냥 내용 자체가 서구권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법한 소설인듯함. 이야기의 진상이 드러나는 순간에 헐! 대박! 이런 게 아니라 아.. 그랬구나.. 이런 식으로 좀 맥 빠지는 느낌이었음. 엔딩 자체도 좀 귀엽긴 한데 모든 게 너무나 잘 해결되어버리는 느낌이라 야 악간 작위적인 느낌도 있었다.

근데 내용도 짜임새 있는 편이고 캐릭터들도 다양하고 매력적인 편이라 영상화하기엔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음. 실제로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이미 촬영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어디서 개봉했는지 방영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긴 소설을 몰입감 있게 잘 읽었고 재밌기도 했으나, 뭔가 기대 이상의 감동 같은 건 없었음. 딱 정가 15,900원이 아깝지 않은 정도! 평 잼 수준으로 별점 3점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길지만 소소하고 재미있게 읽을 가벼운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추천추천
그러나 웰메이드 소설을 읽고 뭔가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비추천

리안 모리아티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